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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강론 2018. 09. 16 -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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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조명연 신부


연중 제24주일





동물의 세계를 보면 인간보다 빠른 동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100미터를 9.58이라는 세계 신기록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라고 하면서 정말로 대단하다고 하지만, 치타가 사냥을 할 때 시속 112킬로라는 놀라운 속도를 내는 것을 볼 때 인간의 빠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빠름에 상당히 민감한 것 같습니다.

 

운전할 때도 그렇습니다. 차에 오르기만 하면 빨리 가려고 기를 쓰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저 역시 그랬을 때가 많았음을 반성합니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얼마나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습니까?(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빠른 것이 미덕이고, 느린 것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빠른 것을 좋아하면서도 빨리 늙는 것을 싫어하고 더더욱 싫어하는 것은 빨리 죽는 것이지요. 지금 내가 주장하고 있는 빠름이 사실은 별 것 아닙니다. 더군다나 무한의 시간 속에 계시는 주님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들이 추구하고 있는 빠름이 얼마나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실까요?

 

이 빠름이 싫어서 저는 자전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니 차를 운전하면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주변 공원이 좋아서 많이 걷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느리게 걸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속도를 늦춰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강조하신 사랑 역시 실천할 수가 있습니다.


내 안의 속도를 높여서는 사랑을 나눠야 할 대상도 바라볼 수 없으며, 사랑을 줄 수 있는 타이밍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바빠서 사랑을 실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랑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안식일이라는 쉼의 시간을 주신 하느님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됩니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요.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대신 사랑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안식일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오늘 안식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주일입니다. 단순히 한 주일 동안 힘든 시간을 보상받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소파에 편안히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밀린 잠을 실컷 자는 시간이 아닌 것입니다. 오늘은 사랑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다면 이 역시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지 않은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십자가는 바로 사랑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을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빠름을 잠시 내려놓는 주일인 오늘,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날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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